물건을 구매하는 과정보다 택배 상자를 칼로 뜯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현대인들을 겨냥한 '빈 택배 상자 정기 구독 서비스'가 출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상의 구독 플랫폼 '박스오픈'이 출시한 이 서비스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아무 내용물도 들어있지 않은 고품질의 가짜 택배 상자를 매일 아침 집 앞으로 배송해 주는 상품이다.
“쇼핑몰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결제할 때의 죄책감 없이, 순수하게 커터칼로 상자 테이프를 가를 때의 짜릿함만 느낄 수 있어 삶의 질이 향상됐다”
이 서비스는 철저히 소비자의 '시각적·청각적 쾌감'에 집중한다. 기본 요금제인 '실속 브라운 패키지'는 일반 황색 골판지 상자에 정품 박스테이프가 견고하게 밀봉되어 배송되며, 고급 요금제인 '로열 언박싱 에디션'은 유명 명품 브랜드 스타일로 제작된 상자에 최고급 뽁뽁이(에어캡)가 빈틈없이 내장되어 터뜨리는 맛을 더했다. 옵션으로 '경비실 보관 완료' 혹은 '문 앞 배송 완료' 알림 문자를 실제 배송 기사의 말투로 전송해 주는 감성 자극 서비스도 포함된다.
구독자 김도파 씨(32)는 인터뷰에서 "쇼핑몰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결제할 때의 죄책감 없이, 순수하게 커터칼로 상자 테이프를 가를 때의 짜릿함만 느낄 수 있어 삶의 질이 향상됐다"며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 분리수거가 5초 만에 끝난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학계 역시 이를 불황기 소비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한 '무물질 힐링 테크'의 일종으로 보고 분석에 나섰다.
일부 환경 단체에서는 불필요한 포장재 쓰레기 배출을 우려했으나, 업체 측은 수거 및 재사용이 가능한 자석식 '에코 가상 상자' 라인업을 추가해 친환경적 요소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해당 업체는 오는 하반기부터 배송 추적 페이지에서 일부러 허브 배송을 지연시켜 소비자의 애간장을 태우는 '지연 배송 스릴러 패키지'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