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가요부터 조선 시대 시조, 민요에 이르기까지 국어 시험 지문에 단골로 등장하던 베스트셀러 작가 작자미상(653세) 씨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고 교육 당국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저작권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작자미상 씨는 그동안 자신의 동의 없이 교과서와 모의고사 등에 작품이 무단 수록되었다며 전면 인쇄 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작자미상을 지은이를 알 수 없는 작품에 붙이는 임시 명칭으로 여겨왔으나, 취재 결과 이는 실존 인물 작자미상(作者未詳) 씨의 본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작자미상 씨는 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신라 시대 향가 헌화가부터 조선 후기 사설시조까지 모두 내가 밤새워 쓴 피와 땀 같은 창작물이라며 교과서 출판사들은 내 이름 석 자를 떡하니 박아놓고도 단 한 푼의 인세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다가오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작자미상 씨의 작품을 모두 제외할 경우, 국어 영역 시험지의 분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시험 변별력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작자씨가 주장하는 저작권 소급 적용 기간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계산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원만한 합의를 위해 전국 도서관 연간 이용권 등의 혜택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한편,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소송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은 항상 시험을 볼 때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고통받았는데 원작자가 직접 등판해 기쁘다며 이번 기회에 가시리의 진짜 속뜻이 무엇이었는지 법정 공방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